글 : 박선원 (전 노무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
지금 대한민국은 전례없는 안보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군이 자랑스럽게 그 어떤 적의 도발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지난 5월 4일 전군지휘관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제일성은 무엇일까 지켜 보았습니다. ‘55km 밖에 적이 있다는 걸 망각하고 있다’는 발언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단 한번도 적이 55km 밖에 있다는 것을 잊은 적이 없었습니다. 대북 화해협력정책은 튼튼한 안보를 기초로 추진했던 것입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집권시절 북한은 우리를 넘어다 볼 꿈조차 꾸지 못했습니다. 대양해군을 추진했던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참여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사전에 압도적 힘의 우위로 숨쉴 틈조차 주지 않게 위해서 필요시 항상 구축함을 NLL에 배치해두었습니다. 대양해군의 일차대상은 북한이었습니다. 구축함이 한반도 해역을 떠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늘 북을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 정권 들어서 국방비 증가는 보장되지 않았습니다. 성남 공항은 제2롯데월드라는 민간 유락시설을 짓기 위해 기능의 상당부분이 훼손되는 걸 감수해야 했습니다. 우리의 구축함은 소말리아로 보내셨더군요.
그런데 천안함 사태가 발생하자 안보 대상을 불명확하게 설정했다고 말씀하시는 군요. 경제를 위해 안보를 희생시키고 있다는 예비역과 현역들의 차마 내뱉지 못하는 한숨소리는 그곳 청와대까지는 들리지 않았나 봅니다.
5월 20일 민군합조단의 천안함 침몰 조사 결과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24일에 이 대통령은 전쟁기념관에서 언뜻 듣기에 강력해 보이지만 그다지 실효성도 없어 보이면서 그저 화만내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3월 26일부터 근 두 달간 상황 전개를 보면 정말 적을 아프게 고통을 줄 마음은 있었는 지 뭔가 미흡해 보이는 구석 투성이입니다. 우리 속담에 짓는 뭐는 물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게 처리될까봐 걱정입니다. 어쨌든 이 대통령은 나름의 복안을 갖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이미 너무 공개적으로 대응방향이 진행되어 온 지라 이번 천안함 침몰사태 조사 결과의 주무 장관인 김태영 장관에게 그 조사 결과에 대한 몇 가지 의문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의문점 들이 해소되어야 만 국민총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질문을 드립니다. 부디 답변을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지난 4월초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북한이 1차 어뢰 공격을 당했고 그뒤 침몰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억측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화약이 발견되었다던 5월 8일 이동관 홍보수석은 기자들에게 “RDX화약은 전혀 확인된 게 아니다. 어뢰에 쓰이는 화약이 RDX라는 말이 ”화약이 발견되었고, 그게 RDX인데 그러고 보니 어뢰인 것 같다는 식으로 와전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에서 한명숙 전 총리가 민주당 서울시 후보로 등록하고, 경기도에서 유시민 후보가 여권 단일후보로 확정된 직후인 5월 13일 청와대 박형준 정무수석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서 “이것은 분명한 외부공격에 의한 침몰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안보담당자가 아닌 정무수석이 그와 같은 발언을 하는 것이 저의 흥미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국방부는 50여일동안 찾아내지 못했던 길이 2미터 가량의 어뢰 추진체 쇠뭉치를 5월 15일에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로써 북한이 기습 침투하여 단 한발의 어뢰를 발사하여 천안함을 격침시키고 도주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모든 의혹을 말끔히 해소시켰어야 할 바로 그 순간부터 새로운 의문점이 제기되었습니다. 적어도 다음 8가지 의문점에 대해 김태영 장관께서 소상히 밝혀주신다면 국민들이 사건의 전모를 보다 분명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건발생 시각과 지점이 오락가락
첫째, 다시 한번 사건 발생 시각과 지점에 대해 분명히 입장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민군합조단이 밝힌 침몰 지점은 124.36.02E/37.55.45N입니다.. 하지만 4월 23일 합참 지휘통제실 KNTDS 자료로 확인한 지점은 124.35.47E/37.56.01N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에 따르면 국방부가 발표한 침몰지점과는 약 600미터까지 차이가 있습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사고 발생시각입니다. 백령도에서 잡힌 지진파가 2010년 3월 26일 21시 21분 58초라는 점을 들어 21시 22분이 침몰사고 발생 시작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KNTDS상 최종 사고발생 시각은 21시25분입니다. 더욱 놀라게 한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5월 24일 제1차 국회진상조사특위에서 합참의 이기식 작전정보처장은 KNTDS 기록은 실시간이라고 말하였으며, 3분정도 지연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답변했습니다. 결국 사고는 합조단이 발표한 지점보다 600미터 북서지점으로 이격한 곳에서 일어났던 것으로 보입니다. 발생 시각은 21시 25분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어뢰에 일격을 맞는 천안함이 3분동안 600미터를 더 움직일 수 있다는 것입니까? 그동안 여러차례 왔다 갔다 한 사고발생 시각과 지점이 또 다시 바뀐 것입니다. 최종발표 조차 새로운 의문점을 낳고 있을 뿐입니다. 결국 수중폭발이 있었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백령도 지진파 발생 시각에 맞추기 위해 21시 25분을 21시 22분으로 조정한 것은 아닌 가 하는 의구심을 접을 수 없습니다.
둘째, 발생 시각과 지점이 달라진다면 도대체 ‘결정적 증거‘라고 하는 어뢰추진체는 어떻게 찾아낼 수 잇을 까 하는 의문으로 이어집니다. 5월 20일 조사결과 발표시 쌍끌이 어선 작업 책임자는 “처음에 합조단으로부터 폭발지점 30-40미터 근처에 어뢰의 잔해물이 떨어져 있을 수 있다”는 지시를 받고 작업에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폭발 원점 약간 위쪽에서 증거물을 발견했다”고 한다. 폭발 원점이 달라졌는 데, 폭발 원점 약간 위쪽에서 증거물을 발견했다는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이에 대해 대답해주시기 바랍니다.
2m나 되는 프로펠러 쇠뭉치를 2달 뒤에나 찾았다?
셋째, 길이 2미터에 가까운 쇠뭉치를 5월15일에야 발견한 것은 무엇 때문인지 설명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천운’이라고 덮어두기엔 불명확한 게 있기 때문입니다. 국방부는 4월30일 국회 국방위 현안보고에서 폭발원점을 중점 탐색하고 있으며 해저 미세 잔해물을 수거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청해진함, 평택함, 그리고 기뢰탐색함인 김포함을 그 지점에 집중 배치했었습니다. 1999년 150미터 수심에 침몰된 북한 반잠수정을 찾아냈다는 청해진함, 해저 500미터까지 탐색작업을 할 수 있는 심해잠수구조정인 해미래함, 그리고 기뢰함인 김포함이 못 찾은 쇠뭉치를 쌍끌이 민간 선박은 찾아냈다고 합니다. 언제부터 대한민국 군함은 적의 침투 알아채지 못하고, 생존자 구조 때도 해경 선박의 활동을 지켜보아야 하더니, 3-4mm 알루미늄 미세조각까지 찾고 있다면서 우리 해군 함정으로는 길이 2미터에 무게 200kg은 족히 되어 보이는 쇠뭉치도 못찾는다는 말입니까? 이건 국방장관이 대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형잠수정이 7.2톤 어뢰를 4기나 장착했다?
넷째, 4월초 주한미대사관은 민주당측에 천안함 관련 미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한국전쟁 이후 북한으로 들어나고 나오는 모든 무기의 이동을 감시하는 일을 잘 해왔다고 확신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연어급 소형잠수함과 마가지로 처음 보는 CHT-02D라는 북한의 수출용 어뢰가 나왔습니다. 330톤의 상어급 잠수함이 출몰하기 어려운 지역이라는 점 때문에 소형잠수함을 거론 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정적 증거’라는 북한의 수출용 어뢰는 소형잠수함에 장착하기 어려운 길이 7.3m, 직경 53.3cm, 무게 1700kg의 중어뢰라고 합니다. 소형잠수함에 어뢰발사관이 2개가 있고, 각각 최소 2발씩의 어뢰를 갖고 다닙니다. 또 기뢰는 그것 보다 2배 정도 많이 싣고 다닙니다. 무게 130톤급 소형잠수함이 7.2톤에 달하는 4기의 어뢰를 싣고 신속히 침투해서 단 한발에 우리 천안함을 깨뜨리고 도주한다는 것은 믿기 어렵습니다. 이에 대해 설명해주시면 의문점 해소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섯째, 합조단 결과 발표에서 어뢰 폭약으로 보이는 흡착물질이 선체 곳곳에서 다량으로 발견되었으며, 어뢰의 프로펠러와 모터에서 발견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5월24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선체 전체를 거즈로 닦았으나 462 나노 그램의 고농축 폭약성분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합조단 조사결과 발표 3일만에 이같은 말이 나올 수 있단 말입니까? 다량으로 발견되었다는 ‘하얀 흡착물’의 정체는 뭐란 말입니까? 그리고 흡착물이 프로펠러에는 덕지덕지 묻어있는 데, 추진체 몸통에서는 다량으로 발견되지 않은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가? 도무지 알 수 없는 거라서 관심을 갖고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뒤늦게 나온 물기둥 목격 증언은?
여섯째, 4월5일 생존자 기자회견에서 승조원들은 물기둥도 보지 못했고, 화약 냄새로 맞지 못했으며, 북한 잠수함 소리를 잡아내야 할 소나 음탐장비에도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물방울이 얼굴에 튀었다’, ‘옆으로 넘어진 함수 구덩이에 물이 고여 있었다,’ ‘백령도에서 100미터 높이의 섬광이 치솟는 것을 보았다’는 증언이 새로 덧대어졌습니다. 도대체 생존자 진술 기록도 공개하지 않은 채 튀어나온 주장을 어떻게 믿으라는 것입니까? ‘얼굴이 튄 물방울’과 ‘이미 옆으로 쓰러진 함체에서 물이 고여 있었다’는 것에 증거 능력을 부여하긴 어렵습니다.
결국 이번에 새로 제시한 ‘백령도 초병이 폭 20-30m, 높이 100m의 섬광을 봤다’는 건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러나 지난 5월24일 제1차 국회진상조사특위에서 국방부는 ‘초병이 꽝 하는 폭발음을 들은 다음 고개를 돌려서 그와 같은 물기둥을 봤다’는 진술이었다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하지만 폭발지점에서 백령도 초병까지 거리는 아무리 가깝게 잡아도 2.5km입니다. 수중폭발시 물기둥은 음속 보다 훨씬 빠르게 솟구칩니다. 다시 말해 백령도 초병은 폭발원점에서 발생한 폭발음을 음속 340m임을 감안한다면 7.5초가 지난 뒤 들었다는 게 됩니다. 그 경우 아무리 고개를 재빨리 돌려도 100미터의 물기둥은 절대 볼 수 없습니다. 아무리 길게 잡아도 물기둥이 100m 정도의 최고점에 오르기 까지 1-2초 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백령도 초병의 진술을 근거로 어뢰 폭발에 의한 물기둥 발생 주장은 매우 허약해 보입니다.
일곱째, 지난 4월 발표에서는 수평폭발에 의한 버블제트로 두 동강이 났다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선체와 바다 바닥 사이 약간 옆에서 어뢰가 터져 버블효과가 나타났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없어 아직 완결된 시뮬레이션은 아니라고 합니다. 완결되지도 과학적 타당성도 확보되지 않은 시뮬레이션으로 국민을 호도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공격 잠수정의 모선은 어디에
여덟째, 합조단은 소형 잠수함의 단독 작전으로는 도저히 우리의 NLL 방어망을 뚫고 들어와 천안함을 일격에 격파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잠수함을 지원하기 위한 모선이라는 말이 새로 나왔습니다. 한미 연합훈련으로 수십척의 최첨단 군함과 무인항공기 등 정찰, 감시 장비가 동원되었지만 소형 잠수함이기 때문에 사전에 탐지하지 못했다는 건 백번 양보해서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수중에 떠 있는 모선의 정체가 무엇인지, 언제 어디로 이동했는 지, 모선과 소형 잠수함 사이에 어떤 교신이 이루어지고 어떤 식으로 합동작전을 벌렸다는 건지 아무런 설명도,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온 국민은 의혹을 떨쳐버리고 적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것을 위해 지금까지 드린 질문에 대답해주시가 바랍니다. 한나라당은 국회진상조사특위 활동은 무의미하다면서 2차 회의 날짜 조차 잡지 않으려고 합니다. 장관님에게 질문을 드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점을 끝으로 이에 가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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