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추억이야기

관상***

龍潭(용담) 2007. 12. 3. 19:38
가끔 신도님이 나한테 관상이나 손금을 봐달라 한다. 그때면 나는 빙긋이 웃으며
'노력하면 부지런해질 것이고 돈을 벌면 부자가 되고 오래 살면 장수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신도님들은 '그러지 말고 좀 보아 주세요'한다.
  나는 그러면 또 이야기 한 판을 끄집어 내는 것이다.

  중세 유럽의 황제가 어느 날 사냥을 가서 길을 잃고 헤매다 천신만고 끝에 낡고
험한 오두막집을 발견하고는 어렵게 그 집을 찾아갔는데 그 주인이 어찌나 친절하고
성품이 고운지 그 황제가 그때까지 살아온 중에 가장 착하고 선한 얼굴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황제는 그를 나라의 가장 착하고 선한 얼굴로 후하게 표창했다고 한다.
  그후 몇 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살인과 약탈 방화로 잡혀온 악질범이 있었는데
그 얼굴은 세상에서 가장 험하고 독하게 생긴 악인의 표상이라 이런 인간은 사형을
시켜야겠다고 결심하고 자세히 심문해 보니 둘은 같은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사람의 얼굴은 때에 따라 천지 차이로 변한다는 것을 보여준 예다.

  우리는 초면에 그 삶의 인상과 됨됨이를 파악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미팅이나
면접시험, 그리고 맞선 장소에서 가능하면 자신의 본래 모습보다 더 돋보이려고
화장을 하고 의복도 단정히 하는 것이다.
  옛날에는 언청이나 공보, 아니면 사고로 인한 흉터를 없애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성형수술을 하더니만 요즘에 와서는 사회생활에 도움을 얻으려고 남녀 구별없이
얼굴을 뜯어 고치는 성형수술이 유행하고 있다.
  그것도 코는 인기배우 누구의 것으로, 눈은 외국유명배우 누구의 것으로,
가슴의 볼륨은 얼마큼 하는 식이다.
  일부의 부유층 사모님 얼굴에 주름살이 사라진 지 오래며 학생들의 경우 방학
동안에 얼굴이 완전히 바뀌어 버리는가 하면 '쌍꺼풀 계'가 성행하고 있고 성형수술을
위한 아르바이트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못생긴 얼굴을 보고 '돈 많이 들겠다'고 하는가 하면 '너무 많이 들어
견적이 안 나오겠다' 등의 심한 농담도 유통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수술비가 모자라는 사람들이 뜨내기, 소위 말하는 '야매'라고 하는
돌팔이 의사를 찾는다. 그러다 보니 잘못되면 부작용으로 인해 아예 얼굴을 망쳐
버리는 수가 있어 울며 불며 내 얼굴 찾아달라고 후회한들 이미 때는 늦으리라.

  지구를 살리자, 자연을 지키자는 환경문제에만 국한되어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얼굴, 부처님이 우리에게 주신 환경, 마음을 가꾸는 것이 그대로를 지키는
아름다움일 것이다.
  제발 규격화된 미남미녀를 꿈꾸지 말고 자신의 내면세계의 교양과 수양을
쌓아 남다른 교양미를 발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후로 이 글을 읽는 이들은 재미로라도 나한테 관상 봐달라, 점 봐달라 하지
말기를 바란다. 제발 스님들을 관상쟁이나 박수무당으로 만들지 말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