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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사람

龍潭(용담) 2006. 7. 26. 15:10
* 고요한 달밤에 거문고를 안고오는 벗이나
단소를 손에 쥐고 오는 친구가 있다면
구태여 줄을 골라 곡조를 아니 들어도 좋다.

* 맑은 새벽에 외로이 앉아 향을 사르고
산창으로 스며드는 솔바람을 듣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불경을 아니 외워도 좋다.

* 봄이 다 가는 날 떨어지는 꽃을 조문하고
귀촉도 울음을 귀에 담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시를 쓰는 시인이 아니라도 좋다.

* 아침 일찍 세수한 물로 화분을 적시며
난초 잎에 손질을 할줄아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아니어도 좋다.

* 구름을 찾아 가다가 바람을 베게하고
바위 위에서 한가히 잠든 스님을 보거든
아예 道라는 속된 말을 묻지 않아도 좋다.

* 기이하기 짝이 없다.
크고 작지도 않으면서 눈을 한 번 뜬사이에
몇 천 만리를 다녀오고,
숨을 한번 쉬는 사이 티끌 속에 잠겨드나,
찾을수록 종적없고 안 찾으면 그대로세.

-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