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요한 달밤에 거문고를 안고오는 벗이나 단소를 손에 쥐고 오는 친구가 있다면 구태여 줄을 골라 곡조를 아니 들어도 좋다. * 맑은 새벽에 외로이 앉아 향을 사르고 산창으로 스며드는 솔바람을 듣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불경을 아니 외워도 좋다. * 봄이 다 가는 날 떨어지는 꽃을 조문하고 귀촉도 울음을 귀에 담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시를 쓰는 시인이 아니라도 좋다. * 아침 일찍 세수한 물로 화분을 적시며 난초 잎에 손질을 할줄아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아니어도 좋다. * 구름을 찾아 가다가 바람을 베게하고 바위 위에서 한가히 잠든 스님을 보거든 아예 道라는 속된 말을 묻지 않아도 좋다. * 기이하기 짝이 없다. 크고 작지도 않으면서 눈을 한 번 뜬사이에 몇 천 만리를 다녀오고, 숨을 한번 쉬는 사이 티끌 속에 잠겨드나, 찾을수록 종적없고 안 찾으면 그대로세. - 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