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추억이야기

[스크랩] 친절한 남자...(실화사건)

龍潭(용담) 2011. 9. 3. 19:25

 

의붓아버지의

행패를 견디다 못해 가출한 옥희는...

 

마침

같은 처지의 친구를 만나

임시로 그녀의 자취방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다.

 

그녀는

특별한 직업이 없이

인터넷으로 남자를 만나 몸을 판 화대로 살아간다.

 

지난밤도

옥희는 처음보는 한 사내의 품에 안겨 지새웠다.

청춘남녀가 하룻밤을 지새웠으니 만리장성을 열두 번도 더 쌓았다.

 

다정하고

매너있는 그 사내가 옥희에게 하룻밤 손님 치고는

넘치는 친절을 베풀자 그에게로 몸과 함께 마음도 같이 기대고 만다.

 

"옥희 미안해... 나에게도 너만한 여동생이 있는데...

 내가 이게 뭐람. 너무 취해가지고... 오늘 낮에 어때, 영화보러 갈까?"

 

"참말?"

 

"그러엄... 참말이지."

 

영화라면

사족을 못쓰는 옥희였다.

비록 하룻밤 풋사랑으로 알게된 사이였지만...

 

손목을

잡고 어두운 극장에 들어가

나란히 자리 잡고보니 옥희는 지금 이순간 너무 행복하였다.

 

영화를

보고 나온 그들은 건너편 중국집 이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내는 옥희가 생전 먹어보지도 못한 깐풍기며 팔보채를 주문했다.

 

"마음 푹 놓고 많이 먹어. 옥희는 꼭 내 동생 같은 기분이 들어..."

 

"아저씨... 고마워요. 오늘이 내 생일 같네, 맛있는 것도 먹구..."

 

몇잔의

술을 곁들여 눈언저리가 불그레해졌다.

옥희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내가 무척 고마웠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사내가 옥희에게 물었다.

 

"옥희... 그 반지는 누가 사 줬어?"

 

"누가 사주긴... 내가 벌어서 산 거지..."

 

"이리 좀 손 내밀어봐, 두 돈?"

 

"석 돈쭝이에요..."

 

옥희는

손에 끼었던 반지를 무심코 빼어 사내에게 넘겼다.

사내는 자기 손가락에 끼어보며 말했다.

 

"좋은데... 자아, 이 음식 좀 들어. 왜 맛이 없어서 못 먹어?"

 

"아니에요. 천천히 먹지요."

 

그때

사내는 술을 한잔 더 해야겠다며 종업원을 불렀다.

 

"여기 소주 한병 더 갖다 줘. 그런데 화장실이 어디야?"

 

중국집

종업원을 따라 사내는 아랫층으로 내려 갔다.

옥희 혼자 남은  방의 벽에는 사내의 점버가 걸려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소주가 들어오고 나서

2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도 사내는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제서야

그녀는 사내에게 반지를 빼준 것이 생각났다.

옥희는 황망히 아랫층으로 내려갔다.

 

"아가씨, 어디 가세요? 나가시려면 음식값 내고 가셔야죠."

 

중국집

종업원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 손님 어디 갔어요?"

 

"우린 몰라요. 잠깐 어디 좀 다녀온다고 하면서 나갔는데..."

 

옥희는

눈앞이 아찔했다. 그 놈에게 속았구나...

옥희는 분에 못이겨 치를 떨었다. 그런데 이 일을 어떡한단 말인가.

 

오빠같은

그 사내에게서 아직 화대도 안 받았을 뿐더러

지갑엔 천 원짜리 지폐 몇 장밖에 없었다.

주인에게 통사정했으나 막무가내였다.

 

옥희는

어쩔줄 모르고 울기 시작했다.

그때 점잖아 보이는 한 신사가 나타났다.

 

점심을

먹다가 옥희와 중국집 주인의 주고 받는 얘기를 듣고 있던 그는

옥희를 딱하다는듯 쳐다보더니 대뜸 지갑을 열며 말했다.

 

"여보 주인장, 그 음식 값이 대체 얼마나 되오?"

 

"4만8천원입니다."

 

"내가 지불해 드리리다."

 

하면서

그는 그 자리에서 서슴지 않고 내주었다.

옥희는 어찌나 고마운지 뜻밖에 나타나서 친절을 베풀어준 이 신사가

구세주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옥희는

그의 은혜에 보답한다는 뜻에서

그가 말하는대로 끌려 창신동의 어느 여관으로 들어 갔다.

 

그녀랑

같이 자취하는 친구가 연 이틀을 안 들어간

자신을 걱정하겠다 생각이 들었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음식값

4만 8천원의 빚과 친절에 보답하려면

하룻밤 정도는 그 신사에게 그렇게 해서라도 은혜를 갚고 싶었다.

 

이튿날 아침...

 

그 여관에

40세 가량의 앙칼져 보이는 아주머니가 들어오더니

옥희를 데려온 신사와 밖에서 수군거리고 있었다.

 

"좋아요. 김씨... 수고했어요."

 

그 말을

엿들은 옥희는 정신이 아찔했다.

자신이 팔려 간다는 것을 육감적으로 눈치챈 것이다.

 

"애, 값이나 알고 따라와. 500만 원이야... 알아?"

 

정말로

인간은 겉으로는 모를 일이었다.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어준 점잖은 신사가 자신을 어쩌면 영영 못 빠져나올

사창가로 밀어넣은 인간 사냥개였다니...

 

<선녀와 사기꾼에서 옮김>

 

가슴이 슬퍼(못난사랑OST중에서)

 

출처 : 비 그리고 나
글쓴이 : 허당(虛堂)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