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대화
“당신은 나랑 자는 게 싫지?”
“왜 또 그래?”
“우리 얼마나 된지 알기나 해? 이게 무슨 부부야. 이럴 거면 왜 결혼을 한 거야?”
한사람은 계속 다그치고 한 사람은 답답한 마음에 입을 닫는다.
부부의 정상적인 잠자리 횟수에 대해 지겹도록(?) 사연이 끊이질 않는다. 사연은 주로 자신의 배우자가 섹스를 멀리하니 자신에 대한 애정이 식은 것이며 이는 이혼까지 생각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는 것. 사실 섹스에 관심을 잃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막상 이런 소릴 듣는 상대 배우자에게는 난감하고 복잡한 심경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대체적으로 섹스 횟수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며 예를 들어 달력에 표시하거나, 대 놓고 상대방을 부부의 의무를 저버린 중죄인(?)으로 몰아가는 식으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방법은 사실 어리석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물론 배우자의 섹스에 대한 무관심이 100% 외도의 증거임이 명백한 경우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이것은 내 배우자의 섹스 체질을 인정하지 않는 데서 오는 오해일 수 있으니 해결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나의 섹스 체질은?
1. 결혼 담보형
그 혹은 그녀가 결혼에 골인하게 된 사연이 구구 절절하다. 일단 결혼만 하면 그 혹은 그녀를 내 사람으로 만든 것이니 더 이상 가슴조일 필요 없을 것이라고 안심한다. 그에게 결혼은 사랑의 단단한 안전장치이며 섹스는 안전장치를 열고 닫는 유일한 열쇠이다. 결혼한 부부는 언제나 상대의 요구에 yes로 응답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흔들리지 않는 지론을 가졌으니, 본인도 싫지만 부부이기에 응했던 적이 있고, 내가 원한다면 상대가 싫어도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주의이다.
그들은 자주 이런 말을 한다. “우리가 부부 맞니? 이럴 거면 결혼은 왜 했어? 결혼을 했다면 무조건이며, 섹스가 싫다면 결혼 자체를 다시 생각하거나 이혼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 아직 부부사이가 친밀하지 못한 신혼이거나 연애시절 마음 고생이 많아 늘 배우자에 대한 불안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좀더 느긋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인생은 길며 섹스는 충전용 밧데리가 아니라 사랑과 관심의 솔직한 표현일 뿐이다.
섹스가 아니면 결혼의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라. 당신의 섹스 요구는 심지어 협박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당신은 섹스 때문에 결혼했느냐는 황당한 반문을 받을 수도 있다. 섹스 요구가 잦아 질수록 상대는 더더욱 멀어진다.
오히려 무관심하거나 자신의 다른 매력으로 상대에게 관심을 끌 방법을 찾아라. 몸매를 가꾸거나, 공부하는 모습, 특별한 요리, 아이들과의 시간 등등 가정생활에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을 찾아 실천해 보자.
2. 섹스 메신저형
대화를 하고 싶으면 로그인을 해야한다. 부부간의 유일한 매신저 창은 잠자리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당신. 내가 섹스를 요구 했을 때 그가 거부한다면 치명적인 절망에 빠지기 일쑤이다. 섹스가 싫다면 나와 상대하기가 싫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 섹스 이외에도 부부간의 대화의 기회와 방법은 무한하다. 상대의 마음을 열기 위해 섹스와는 당분간 거리를 두고 스포츠나 여행 등 취미생활을 함께 할 계획을 세우는 것이 현명하다. 새로운 섹스 기술을 시도해 보자고 제안하거나, 러브호텔을 미리 예약하는 식으로 유혹하려 하지 말라.
3. 혼전 기력소실형: 혼전에 많은 연애 경험과 섹스 경험이 있는 배우자가 소위 기력이 소실되었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이미 충분한 기쁨을 알아버려 정작 자신의 결혼 생활에서는 별다른 재미를 모르는 사람도 있다. 밋밋한 부부체위에도 별감흥이 없거나, 고분고분하고 소극적인 배우자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끊임없이 다른 곳에서 연애 상대를 찾으려고 방황하기도 한다.
>>당신이 이런 체질이라면 주변의 인생 선후배에게 상담하는 편이 좋겠다. 섹스란 단순한 오르가슴의 쾌감만을 위한 행위가 아닌 부부간의 대화이다. 연인과의 섹스는 사랑을 위해서라면 부부간의 섹스는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나 미안한 마음, 혹은 아끼고 보살피고자 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배우자와의 섹스가 재미없다고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일은 참으로 어리석다. 결혼을 했다면 섹스에 대한 가치관도 바뀌어야 한다.
4. 늦깎이 득도형: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 새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혼전 경험이 많지 않은 배우자가 결혼 후에 섹스에 지나치게 몰입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매일 매일이 재미있고 하룻밤에도 여러번 멈추지 않는 섹스에 대한 욕망이 끓어 오른다. 이런 체질은 상대가 섹스를 거부하거나 섹스를 밝힌다고 비난한다면 밖으로 눈을 돌려 외도의 길로 들어설 위험이 아주 크다.
>>섹스 횟수의 적정선은 1~2주의 1회 정도이며 평균 부부들의 섹스 횟수도 실제로 한달에 1~2회라는 경우도 상당수다. 아예 섹스가 부부생활에서 크게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부부도 많다. 그들이 그렇다고 해서 결혼 생활의 존폐위기를 걱정하는 일은 없다.
그러므로 매일 섹스를 하지 않는다고 속상해 하거나, 그가 먼저 요구하지 않는다거나 내가 하고 싶은 특별한 테크닉에 과민하게 반응한다는 등의 문제에 동요하지 말라. 결혼생활은 길고 섹스를 할 날은 많다.
5. 섹스=자존심형: 섹스 요구를 절대로 먼저 하지 않는 배우자와 사는 사람의 고민은 그가 마치 섹스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는 것이다. 이런 커플은 여전히 요구하는 쪽은 계속 요구만 해야하고, 여기에 응하는 쪽은 자신의 의지보다는 상대를 위해 배려하는 식으로 섹스를 생각한다.
그래서 늘 요구하는 쪽은 자존심이 상하고, 받아들이는 쪽은 심지어 우쭐하거나 본의 아니게 상대를 무시하게 될 수도 있다.
>>밀고 당기는 섹스 요구문제는 하나의 규칙을 만들어 지키도록 하는 것이 방법이다. 멋진 잠자리를 가지고 난 후 분위기가 좋을 때 달력을 가져다 놓고 섹스 할 날자를 정해 동그라미를 쳐 놓고 만일 지키지 못했을 때는 영화를 본다던지, 함께 외식을 하는 식으로 약속을 하자.
자연스럽게 섹스 약속을 지키려고 할 것이며 만일 지키지 못하더라도 섹스 이외의 다른 방식의 부부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질 기회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섹스 체질이란 섹스를 받아들이거나 그것에 대한 가치관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규정지어 부부간의 섹스문제를 다루어 보았다. 나의 섹스 체질은 어떤 형인지 체크해 보고, 무작정 섹스를 하지 않는다고 나에 대한 애정이 식었다는 식의 비난을 보내지 말자. 그것은 전혀 부부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어느 누가 마치 숙제를 하지 않은 것처럼 다그치듯이 섹스를 하고 싶어 할것인가?
(글:최수진,젝시라이터), (출처:동아닷컴 러브매거진, 2007-10-18)